남자의 가방… 가죽을 벗다

    입력 : 2017.01.11 00:35

    캔버스·나일론 등 천 가방 인기
    '비즈니스 캐주얼' 복장 즐기며 가방 소재·형태도 가벼워져

    컨설팅 회사에 다니는 이상우(43)씨는 얼마 전부터 무거운 가죽 서류 가방 대신 면 소재 토트백을 들기 시작했다. 커다란 주머니처럼 내부 공간 구분이 없는 가방이다. 서류 가방은 물건을 넣을 때 칸막이가 걸리적거렸지만 새 가방엔 다이어리며 접이식 우산, 필기구, 핸드크림까지 자유롭게 넣는다. 이씨는 "짙은 감색이라 정장에도 잘 어울리고 가벼워서 좋다"고 했다.

    대기업 직원 김정식(32)씨는 에코백을 10개쯤 가지고 있다. 에코백은 장을 보고 일회용 비닐봉투 대신 쓸 수 있도록 헝겊으로 만든 가방이다. 이 중 하나를 골라 들고 출근한다. 사무직인 그가 가방에 넣는 물건은 출퇴근길 읽을 책 한 권과 간식거리 정도. 김씨는 "남자들은 사실 소지품이 별로 없는데 남성용으로 나온 가방들은 너무 크다"고 했다. 에코백은 대부분 1만~2만원짜리. 잡지 부록으로 받은 가방도 있다.

    남자 가방이 '가죽 옷'을 벗기 시작했다. 샐러리맨의 상징이었던 가죽 서류 가방 대신 다양한 소재의 천 가방이 출근길에 등장했다. 모양새도 다양하다. 토트백, 에코백, 헬멧백은 물론 여성용으로 여겨졌던 클러치백(끈 없는 손가방)까지.

    달라진 옷차림이 영향을 미쳤다. 유니폼처럼 슈트를 입던 남자들이 이른바 '비즈니스 캐주얼'을 즐기기 때문이다. 캐주얼에 각 잡힌 가죽 가방은 부담스럽다 보니 소재도 형태도 변하는 중이다.

    ①큼지막한 주머니가 달린 목수의 앞치마에서 영감을 받은 가방. 군용 방탄 재킷 소재로 개발된 나일론을 사용했다. ②캔버스 소재로 만든 넉넉한 공간의 토트백.
    ①큼지막한 주머니가 달린 목수의 앞치마에서 영감을 받은 가방. 군용 방탄 재킷 소재로 개발된 나일론을 사용했다. ②캔버스 소재로 만든 넉넉한 공간의 토트백. /블랭코브·홈그로운 서플라이

    소재 중에선 빳빳한 캔버스가 인기다. 천막이나 화폭(畵幅)을 만들던 튼튼한 천이라 자주 사용하다 보면 자연스러운 구김이 멋스럽게 남는다. 로우로우는 캔버스로 만든 '포스트백'을 내놨다. 집배원들이 우편물을 담는 가방을 본뜬 디자인이다. 디자이너 안태옥의 캐주얼 의류 브랜드 홈그로운 서플라이도 이번 시즌 캔버스 소재의 에코백과 토트백을 냈다.

    나일론 가방도 인기다. 가볍고 질기다. 블랭코브의 원덕현 디자이너는 "같은 두께의 면직물보다 튼튼하고 방수 가공을 해서 물을 튕겨낼 수 있다"며 "일본에선 이미 트렌드"라고 했다. 모직물의 일종인 트위드나 펠트를 쓰기도 한다. 가방 전문 브랜드 플라이백은 구겨진 종이 느낌이 나는 특수 폴리에틸렌 소재 가방을 선보였다.

    일하는 방식이 달라진 점도 한몫했다. 두꺼운 서류 뭉치나 무거운 노트북 컴퓨터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어지면서 작은 가방이 사랑받는다. 영화 '인턴'의 로버트 드니로가 첫 출근 날 가죽 서류 가방을 열고 전자계산기며 탁상시계 따위를 꺼내 늘어놓는 모습에 젊은 직원들이 화들짝 놀라던 표정을 기억하시는지! 이제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어디서든 어지간한 업무는 보는 시대. 공책 크기 클러치백을 옆구리에 끼는 정도면 충분하다.

    클러치백은 대담한 색깔과 무늬를 포인트로 활용하기도 한다. 군대 이후론 쳐다보기도 싫었던 카무플라주(얼룩무늬)가 인기를 끌고 공상과학 영화 스타워즈 캐릭터도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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